하지는 초여름의 시작이며,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 시간이 가장 긴 날입니다.
새로운 계절이 일어나는 기점인 그날,
친구에게서 가장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1. 담 : 밖으로부터 안을 보호하기 위하여
2. 마루 : 방과 방을 이어주는 곳
3. 초석 : 기초로 받쳐놓은 돌
4. 차경 : 외부와 관계를 맺는
담: 밖으로부터 안을 보호하기 위하여
친구는 임용고시를 꽤나 오래 준비하느라 낯빛이 늘 좋지 않았어요.
학창 시절부터 공부를 꽤나 잘해서, 교사였던 친구 부모님은 친구를 참 예뻐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지금 자신의 자리가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인 줄 알았는데, 사실 자신만 해를 쫓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겁이 났다고 해요.
영어에 자신이 있어,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던 친구는 교사가 아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자신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오면 편할 거라며 계속 압박하기 시작했고요. 부모님의 담은 너무 높아, 그냥 그늘 밑에서 계속 시험공부만 했다고 합니다.
답답한 어둠 속에서 빨간 펜으로 의미 없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을 때, 같은 과에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대요. 자기 고향 친구들이 한국에 오는데 추천할 곳이 있냐고 말이죠. 대충 블로그와 SNS를 뒤적거리다, 아래 글을 읽고 담을 넘기로 결심했대요.
친구는 처음에 4일만 머무르기로 계획했었지만, 한 주를 머물면 조금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주일 동안 머물기로 결심했다고 해요.
종로의 여러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며, 그 순간들을 모두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에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예전 교환학생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해요. 친구가 쓴 블로그의 글을 보고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전에 소개해 준 곳들 너무 좋았다. 너의 목소리로 다른 곳을 많이 소개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건넸대요.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딘가 뿌듯함을 느꼈고, 자신의 길을 조금씩 찾아가는 기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때부터 오늘까지, 서순라길이나 용리단길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장소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고, 많지는 않지만 점차 수입도 늘어가고 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