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지.”
안정적이지 않은 바퀴가
계속 굴러가는 하루하루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가끔, 아니 종종 피어오르곤 했어요.
옥상 위, 밝은 불빛 사이로 내 빛은 언제 빛날지 간절히 바래왔습니다.
특별해지고 싶은 욕심 때문에
특별한 오늘을 잃어버리고 있었던거죠.
과거를 사는 것도 미래를 사는 것도 아니니까,
오직 현재에 머무르는 지금을 아껴주기로 했어요.
깨닫기
김애란 <비행운> (문학과지성사)
“몇백원 더 비싸지만 부드러운 국산콩 두부를 먹고, 호기심에 일반 생리대보다 두 배는 비싼 유기농 소재의 패드를 써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좀 죄책감이 들었다. 생필품을 절약하지 않으면 돈 모으기가 힘든데. 씀씀이가 커 눈만 높아진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변기에 앉아 화장지를 끊을 때마다, 부드러운 두부 조직이 식도를 건드릴 때마다 전에 없던 설렘과 만족이 찾아왔다. 그리고 만약 그런 ‘기분’도 구매할 수 있다면 그걸 ‘계속하고’싶다고 생각했다.”
삶의 질을 올리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도 ‘딱 맞는 한 뼘’ 정도로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무언가를 찾지 못했어요.
모든 건 늘 반뼘 모자라거나 한 뼘 초과된 느낌,
결국 저 또한 아직 젊고, 벌날이 많다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늘 한 뼘 더 초과되는 쪽을 택하곤 해요.
하지만 결국 기분은 물건이 아니라 제가 만드는 거잖아요.
행복도, 불행도 말이죠.
마음에 꼭 차는 기분은 휘발되지 않도록 꽉 붙들어 매야겠어요.
감정을 담아두기
제임스 보웬 <내 어깨 위 고양이 밥(BOB) : 한 남자의 영혼을 바꾸다>
(페티앙북스, 번역 안진희)
“밥이 나를 인간답게 만들어 준 것이다. 오랫동안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 왔던 터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밥은 내 정체성을 되찾아 주었다. 나는 인간이 아닌 존재에서 다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