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다가올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날입니다.
제 글의 풍작을 바라며 간절하게 두 손을 모으고,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짙은 밤 한가운데 밝게 빛나는 달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빨간 날들의 연속이지만, 저는 마감을 앞두고 있었어요.
부모님의 둥지를 벗어난지도 벌써 몇 번의 계절이 흘렀고,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못난 딸은 이번에도 그리움만 목소리로 전했답니다.
“다음 설엔 내려갈게요.”
허전하게 흩어지는 약속에, 부모님은 언제든 편할 때 오라는 말을 되풀이했어요.
갈망 : 그리움이 만들어낸
지금은 정말 찰나 같아요.
지나가 버린 시간과 오지 않은 날들은 정말 아득한데 말이죠.
괜히 싱숭생숭하고 답답한 마음에 12층 루프탑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둥글고 밝은 보름달은 그 날따라 커다랬어요.
저희 부모님도 저 달을 바라봤을 거예요.
얼마나 많은 마음이 저 달을 향하고 있을까, 마음을 꼭꼭 씹었습니다.
보고 싶은 얼굴을 못보는 그리움과
이번 일을 잘 끝내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갈망을 담아
라운지로 들어가 다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마무리를 지으니 살짝 배가 고파졌어요.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려고 1층에 내려갔습니다.
1층에도 보름달이 떴더라고요.
호기심에 기웃거리다,
소원을 빌고, 앞에 놓여진 뽑기를 돌렸습니다.
"지금처럼만 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어요."
뭔가 기분이 몽글해졌어요.
옆에 있는 소파에 잠시 앉아, 핸드폰 케이스 뒤에 쪽지를 넣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누군가 뽑기를 돌리고 있었고,
그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에 잠시 미소가 스치고 사라졌습니다.
무슨 소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처럼 위로를 받은 것 같더라고요.
조용히 속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바삐 글을 써내려갔던 탓일까요,
쉬는 날임에도 스스로를 잘 챙기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날 밤 이후로 마음은 든든합니다.
사실 제가 꿈꾸는 일들은 뚜렷한 모습이 없는 것 같아요.
나의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너무나도 추상적인 목표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늘 깔려있었어요.
하지만 언젠가 정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 보름달에 빈 소원처럼 제 작품이 풍작이 되길 바라며,
그냥 묵묵히 다시 글을 써내려 갈까 합니다.
다른 사람의 모양을 흉내내지 않고,
여러 잣대를 들이밀며 불안해하지 않고,
지금까지 그래왔듯, 묵묵히 저만의 발자국을 남겨보려고요.
일단 한 차례 마감을 잘 끝냈으니,
시간 틈에 밀려보지 못했던 그리운 얼굴들을 마주할까 합니다.
과거의 한산함은 조금 덜어내고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모인 이들로
활기가 가득찬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유로운 햇살을 만끽하며 서로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하니,
그리운 얼굴들을 이 곳으로 불러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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