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한 햇살에 볼이 화끈거리는 요즘입니다.
입추 후 첫 번째 경일인 말복이 지난 지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그럼에도 한낮의 더위는 하얀 눈이 흩날리는 겨울을 상상하게 만들어요.
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 저는 훌쩍 여행을 떠올리곤 합니다.
지상낙원이라고 불리는 발리, 광활한 자연 아래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는 몽골,
여름의 설산을 담을 수 있다는 스위스까지.
떠나고 싶은 곳은 많지만 제 주머니 사정과 시간은 넉넉하지 않네요.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해지는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어요.
먼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달큼한 복숭아 두 알을 고릅니다. 집에 도착하면 냉동실에 복숭아를 가두고, 욕실로 들어가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예쁜 잠옷을 걸쳐 입고, 복숭아를 차가운 물에 박박 씻습니다.
털북숭이 껍질을 깎아 보드라운 속살을 귀여운 접시에 올려놓고,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한 뒤, 다음 날 아침 11시로 알람을 맞춰요.
털썩 의자에 앉으면, 저만의 여름휴가가 시작됩니다.
언제 봐도 재밌는 영화 한 편을 고릅니다.
이런 휴가에는 확실하게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영화를 선택하는 모험은 하지 않는 편이에요.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기지개를 쭉 펴면, 입 안은 복숭아 향기로 가득합니다. 이젠 밤과 어울리는 책을 들고 이불 속으로 향할 차례입니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어울리는 활자가 주는 안정감은 저를 더 빠르게 잠의 세계로 끌어당깁니다.
역시 이렇게 휴가를 보낸 다음 날 아침은 괜시리 일찍 눈이 떠집니다.
반짝거리는 햇살을 만끽하다, 알람 시계보다 먼저 울리는 배꼽 시계에 이부자리를 정리해요. 호텔 조식 만큼은 아니지만, 집 근처 카페의 브런치도 꽤나 설레는 맛입니다.
부드러운 재즈 음악을 배경으로 향긋한 커피콩이 갈리는 소리가 가득하고, 나지막한 대화 선율과 메뉴를 준비하는 직원의 움직임을 구경하다가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급히 핸드폰을 꺼냈어요.
알람을 끄고, 비행기 모드를 해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찰나, 친구의 SNS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여유 속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대한 글을 보고 떠나게 됐다는 피드였어요.
문득 아껴뒀던 공간들이 생각났고, 그 근처 숙소를 검색해봤습니다.
스무가지가 넘는 방마다 저마다의 페르소나의 가진 곳을 발견했어요. 다음 휴가에는 이 곳에서 조금 더 길게 여유를 즐겨볼까 합니다.
만약 휴가를 계획 중에 있다면, 그리고 저 곳에 머물게 된다면, 제게 편지 한 통 부탁드려요.
Célib Life and Stay
내가 더욱 '나'다워질 수 있는 뉴스레터, 셀리브리티